맑고 푸른 가을 하늘은 절로 필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3월에 골프를 시작해 열 번 남짓의 라운딩 경험을 가진 게 고작이지만 골퍼가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을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 봄과 달리 요즘엔 필드에 나갈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을 달랠 위안거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3번 우드 하나를 새로 장만했다. 테일러메이드 V-Steel.
당초 계획으론 90대의 벽을 깨야 할 때 쯤 3번, 5번 우드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레벨 업을 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3번 우드를 드라이버 대용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꽤 늘어 200야드 이상 안정적으로 찍고 230에서 240까지 넘볼 정도가 됐지만 들쑥 날쑥 일관성 없는 샷을 견뎌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해서 당분간 3번 우드로 티샷을 하고 롱 홀에서는 세컨샷에서도 써먹어 볼 생각이다.
며칠 간 사용해 본 결과 확실히 드라이버에 비해 방향성이 좋고 길이가 짧아 스윙 또한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거리의 손실 또한 생각만큼 않아 20~30야드 정도에 불과했다. 세컨샷 거리가 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손실도 아닌 셈이다.
거리 400야드의 파4홀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이제 3번 우드 티샷으로 220야드 정도를 보내고 5번 아이언 세컨샷으로 170야드. 남은 거리는 30, 40야드가 될 것이고 샌드웨지로 탄도 높은 칩샷을 구사해 쓰리 온. 홀컵에 가까이 붙게 되면 원 퍼트로 파세이브, 투 펏을 해도 보기 플레이. 3번 아이언을 실수 없이 구사할 수 있다면 투 온에 버디까지 노릴 수 있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ㅎㅎ
7,8월 두 달 동안 발길을 끊었던 동네 연습장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예전만큼 주5일 출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2,3일은 나간다. 연습시간은 크게 줄였다. 몸과 일정에 무리가 가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스윙도 힘보다는 리듬감에 신경을 쓰며 가볍게 구사해선지 전처럼 갈비뼈나 등이 결리는 일이 사라졌다. 손가락의 통증도 함께 말이다.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예전에 대강 훑어보고 밀쳐두었던 골프 다이제스트를 꺼내 들고 정독한다. 골프 다이제스트는 잡지 치고는 정말 양질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특히 미국 본판의 에디터들이 집필하는 인터뷰 기사와 메이저 대회 특집 기사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최근호에서는 PGA의 작은 거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사들이 있어 개인적으로 좋았다. 웨일즈의 전설적인 골퍼 이언 우즈남은 키가 162센티미터고 8월호에 소개된 남아공의 팀 클라크는 나와 같은 168이다 ㅎㅎ 김미현만 땅콩은 아닌 셈이다. 골프야 말로 '체격결정론'이 가장 미미한 스포츠가 아닐까. 임산부를 방불케하는 '배둘레'를 자랑하는 존 댈리가 건재할 수 있는 스포츠가 몇이나 될 것인가. 체형에 관한한 가장 관대한 스포츠 그러나 한편으론 경제적 장벽이 매우 높은 스포츠...
이렇게 일상속에서도 골프와 함께 즐거울 수 있지만 그래도 골프는 역시 필드에 나가야 제 맛이다. 물론 조바심 내지는 욕심 때문에 플레이를 망쳤던 날은 정말 몸도 힘들고 마음도 상했지만 호쾌한 샷을 날렸던 몇 번의 기억은 아직도 짜릿함으로 기억 속에 남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100타 안에 처음 진입했던 6월 5일 기흥 CC에선 이상하게도 아이언이 잘 맞았는데 어느 홀에선가 3번 아이언으로 세컨샷 한 것이 아주 가볍게 멀리 뻗어가더니 그린 근처에 떨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날 전반 마지막 홀에서의 피칭 샷은 홀 컵을 오바하는 듯 싶더니 백 스핀을 먹고 홀 컵 근처에서 멈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그렇게 멋진 백 스핀을 다시는 구사해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 한 번의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다^^
첫 버디를 기록했던 양평 TPC 17번 홀에서의 티샷과 5미터 버디펏 역시 언제 생각해도 짜릿한 기억이다.
지난 주 미국에서 잠시 들어 온 친구와 파3 골프장에 간 것으로 들뜬 마음을 달랬는데 9월이 가기 전 정규홀에 갈 기회를 만들어야 겠다. 지난 봄 함께했던, 평일에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골프 친구들의 빈자리가 무척이나 아쉬운 요즘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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