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내고 다시 바쁜 일상과 마주하게 됐다.
동시대인들과 비교해봤을 때, 물리적으로 촉박하게 사는 건 분명 아니다.
그렇긴해도 여러가지 일들이 오버랩되며 몰려드는 건 사실이고 그럴 때 어김없이 찾아드는 꿀꿀한 기분 때문에 마음이 다소 무거운 요즘이다.
LPGA 커미셔너를 지낸 왕년의 키다리 골프여제 캐롤 만은 "(자신이 선택한 많은 일들이) 너무 조각조각 나눠진 나머지 아무 것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지치고 화가 났으며, 무례하고 굴었고 (그 결과) 생활이 불행해졌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녀만큼 다재다능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기분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게 요즘 내 상황이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가고 싶은 전시회도 꽤 되고... 만나고 싶은 얼굴도 꽤 여럿 아른거린다.
무작정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한참 내달리다가 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 그릇 비우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자전거에 올라 한 쪽 어깨에서 달랑거리는 카메라의 둔탁한 촉감을 느끼며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다행히 여전히도 나의 소망들은 지극히 소박하여 하루 이틀 정도 온전히 일상을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들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가끔은 이렇게 소박해져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가슴 한 구석에서 꿈틀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에서부터 끊임없이 꿈을 찍어대는 대중문화, 갈수록 그 위세가 비등하고있는 각종 성공과 성취의 신화들이 (무)의식 속에 켜켜이 퇴적된 탓일게다.
이런 앙금마저 멀끔히 씻어내는 순간 나는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 인생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게 될까? 그게 바로 득도인가? 허나 득도마저도 부담스러운 이 소시민은 그 때문에 저런 부유물 또는 퇴적물들과도 가끔 조우하며 사이 좋게 지내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하여 지금 하는 일들이 술술 잘 풀려 가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맘에도 없는 겸양의 제스처를 취해보고 싶기도 하고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링크스 코스에서 라운딩하는 호사를 누리게 되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맘도 품어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은 매주 하루 날을 잡아 나를 보러 와줄 지인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다. 메뉴를 선정하고 약속을 어레인지하고 반갑게 만나 인사하고 유쾌하게 웃으며 식사를 나누고,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흐른 뒤 기쁘게 음식값을 치르며 나는 무척 즐거울 것 같다.
두서 없는 글은 이쯤에서 마치는 게 좋을 듯 하다. 더 하다간 그야말로 한 없이 이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제목란을 채웠다. 점심 먹어주는 남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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