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주(marriage: 와인과 음식의 궁합)
쭈꾸미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다음 주면 출하가 끝날 것이라고 도매상 주인은 이야기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완연한 봄 아닌가.
쭈꾸미 암놈의 대가리에 꽉 들어 찬 뽀얀 알은 밥알을 연상케 한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안남미같은 모양새다.
질감은 고슬고슬한 것이 꼬들꼬들한 된밥과도 같다. 단단한 알갱이의 질감을 혀로 느낀 후 살짝 짓이겨 주면 밀도있게 저항하다가 이내 고소함을 입안가득 풍기며 부드럽게 녹아든다.
이쯤에서 8~10도 정도로 차게 해 둔 화이트 와인을 한 잔 곁들인다. 마트에서 병당 11천원 가량 주고 산 제이콥 샤르도네. 보통 쉬라즈로 많이들 마시는 와인메이커다.
이 가격대의 화이트 와인은 역시 샤르도네가 믿을만하다. 이 놈 역시 적당하게 상큼한 산도를 보여주면서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다. 은은한 복숭아향 등의 프루티한 아로마 역시 지나치지 않고 단정한 편이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쇼비뇽 블랑들은 인위적으로 연출한 듯 한 오크향과 가식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과일향이 거북하곤 했다. 그도 아니면 너무 밋밋하거나.
왼쪽에 보이는 와인은 며칠 전 마신... Indomita Riserva C/S, Maipo valley, Chille 2004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 어느 와인 컨테스트인지 셀렉션에선지 선정 이력이 있고 가격도 괜찮아(2만원대) 구입했는데 처음 마셔 보고 좀 당혹스러웠다. 너무나 맹맹한 느낌... 향도 미약하고 차갑기 그지 없는 멋대가리 없는 놈 아닌가.
나름 기대하며 스테이크도 준비했는데... 낭패였다.
허나 한두 시간 지나고 나니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탄닌도 느껴졌다. 아무래도 너무 급하게 따서 시음한 모양이다. 그 사이 고기는 이미 다 먹고 하는 수 없이 반 병을 먹고 마개를 닫아 놓았는데... 하루 지나 마셔보니 딱 좋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내 입맛이 관용성을 회복했거나^^
그리고 다시 3일 뒤 마지막 남은 한 잔 정도를 마저 마셨는데... 이 때는 이미 꺽인 상태였다. 병 속의 공기에 산화된 모양이다.
이외에도 지난 주 꽤 많은 와인을 마셨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놈은.... 우측에서 두번째 브로큰우드의 그레나쉬, 까쇼, 쉬라즈 블렌딩 2004년 빈티지. 같이 마신 어느 분의 표현처럼, 향과 맛이 전혀 딴판이라 버라이어티했다. 향은 까쇼인데... 맛은 쉬라즈라는... 암튼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재미있는 블렌딩이었다.
꺄쇼를 넘 맛있게 마셨던 디아블로의 삐노누아(왼쪽 두번째)는 별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처음 마신 샤또 물랭루즈 매그넘 2000은 첫 잔이라 그랬는지 디테일한 기억은 없지만 좋았다!
기대했던 꼬뜨 드 론의 이 기갈(왼쪽 세번째)은 쓴맛이 감돌아 별로였고, 나머지 와인들은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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