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요네하라 마리, 이현진 역, 마음산책)를 읽었다.
모 방송사의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까진 아니어도, 아무튼 인기리에 방영된 이후 프라하는 파리의 뒤를 잇는 낭만의 도시로 자리 잡은 듯 하다. 그 '프라하'에 '소녀시대'라니... 게다가 저자는 일본인? 제목만 봐서는 당최 혼란스럽기만하다.
정답은 단순함에 있다... 진짜로 프라하에서 소녀시절을 겪은 일본인이 쓴 책이다.
후배 우파니샤드 녀석이 적극 추천하길래 읽었는데... 역시 녀석과 내 취향은 (독서에서만큼은) 비슷하다.
요네하라 마리는 60년대 프라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얘기하면 요즘 애들은 아마도 "집이 겁나 부자였나부다" 이럴지도 모르겠다 ㅠ.ㅠ)
저자의 아버지는 일본 공산당 간부였고 체코 프라하에 거점을 둔 국제공산주의 이론지 <평화와 사회주의 제문제>에 파견돼 온 가족이 그곳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낸다.
마리 여사가 당시 다녔던 학교는 소련 외무부가 건립한 국제학교였고 소련 외교관들의 자식 뿐만 아니라 마리와 비슷한 처지의 각국 공산당 파견 간부들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던 곳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온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 태생의 아냐 그리고 유고 출신 야스나... 이 세 명의 친구를 추억하고 세월이 흘러 현실 사회주의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뒤 다시금 재회하는 과정이 아주 생생하고 애잔하게 묘사돼 있는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해 그리고 자본주의와 권력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추상적인 인류의 일원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어. 모든 사람은 지구상의 구체적인 장소에서 구체적인 시간에 어떤 민족에 속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구체적인 기후조건 아래서 그 나라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크잖아. 어느 인간에게도 마치 대양의 한 방울처럼 바탕이 되는 문화와 언어가 스며있어. 또 거기엔 모국의 역사가 얽혀 있고. 그런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인간이 있다면 그건 종이쪽처럼 얄팍해보일거야."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지향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 경제 개혁운동 '프라하의 봄'이 탱크에 짓밟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여러 종류의 정치적 노선을 용인하고, 언론의 자유를 확대하는 대담한 개혁을 착착 진행해갔으며, 이것이 잘 되면 사회주의에도 희망이 있겠다 싶을 바로 그때, 바르샤바 조약기구 군대의 전차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여 개혁파를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구로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이것만큼은 러시아가 뛰어났다고 절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그건 재능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죠. 서구에선 재능이 자기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지만, 러시아에서느 모든 이의 재산이랍니다. 그러니 이 곳에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서 어떻게든 끌어내릴까 안달이죠. 러시아에선 재능 있는 자는 무조건 사랑 받고 모두가 받쳐 주는데..."
(망명한 러시아 음악가, 무용가)
結: 60년대 프라하에서의 학창 시절(사회주의 국제연대의 나름 좋았던 시절)과 90년대 재회 과정이 교차되면서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공간을 정말 애잔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 요즘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다!
모 방송사의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까진 아니어도, 아무튼 인기리에 방영된 이후 프라하는 파리의 뒤를 잇는 낭만의 도시로 자리 잡은 듯 하다. 그 '프라하'에 '소녀시대'라니... 게다가 저자는 일본인? 제목만 봐서는 당최 혼란스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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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
정답은 단순함에 있다... 진짜로 프라하에서 소녀시절을 겪은 일본인이 쓴 책이다.
후배 우파니샤드 녀석이 적극 추천하길래 읽었는데... 역시 녀석과 내 취향은 (독서에서만큼은) 비슷하다.
요네하라 마리는 60년대 프라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얘기하면 요즘 애들은 아마도 "집이 겁나 부자였나부다" 이럴지도 모르겠다 ㅠ.ㅠ)
저자의 아버지는 일본 공산당 간부였고 체코 프라하에 거점을 둔 국제공산주의 이론지 <평화와 사회주의 제문제>에 파견돼 온 가족이 그곳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낸다.
마리 여사가 당시 다녔던 학교는 소련 외무부가 건립한 국제학교였고 소련 외교관들의 자식 뿐만 아니라 마리와 비슷한 처지의 각국 공산당 파견 간부들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던 곳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온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 태생의 아냐 그리고 유고 출신 야스나... 이 세 명의 친구를 추억하고 세월이 흘러 현실 사회주의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뒤 다시금 재회하는 과정이 아주 생생하고 애잔하게 묘사돼 있는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해 그리고 자본주의와 권력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추상적인 인류의 일원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어. 모든 사람은 지구상의 구체적인 장소에서 구체적인 시간에 어떤 민족에 속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구체적인 기후조건 아래서 그 나라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크잖아. 어느 인간에게도 마치 대양의 한 방울처럼 바탕이 되는 문화와 언어가 스며있어. 또 거기엔 모국의 역사가 얽혀 있고. 그런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인간이 있다면 그건 종이쪽처럼 얄팍해보일거야."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지향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 경제 개혁운동 '프라하의 봄'이 탱크에 짓밟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여러 종류의 정치적 노선을 용인하고, 언론의 자유를 확대하는 대담한 개혁을 착착 진행해갔으며, 이것이 잘 되면 사회주의에도 희망이 있겠다 싶을 바로 그때, 바르샤바 조약기구 군대의 전차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여 개혁파를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구로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이것만큼은 러시아가 뛰어났다고 절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그건 재능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죠. 서구에선 재능이 자기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지만, 러시아에서느 모든 이의 재산이랍니다. 그러니 이 곳에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서 어떻게든 끌어내릴까 안달이죠. 러시아에선 재능 있는 자는 무조건 사랑 받고 모두가 받쳐 주는데..."
(망명한 러시아 음악가, 무용가)
結: 60년대 프라하에서의 학창 시절(사회주의 국제연대의 나름 좋았던 시절)과 90년대 재회 과정이 교차되면서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공간을 정말 애잔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 요즘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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