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라운딩을 하며 보내기로 한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눈을 떠 보니 햇살을 잔뜩 머금은 창이 눈부시다. 전날 잠들기 전까지 추적추적 비가 내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공기가 기분좋게 서늘하고 청명해 기운마저 불끈 솟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를 떠났다.
오늘 라운딩을 하기로 마음 먹은 곳은 오클랜드 시내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Maungakiekie 골프 클럽. 전장이 5500m지만 파 70으로 롱홀이 많으며 업다운이 꽤 있어 만만치 않은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년의 세월을 웅변이라도 하듯 페어웨이를 빼곡히 둘러싼 고목들 역시 위협요소였다.
Maungakiekie Golf Club
사진에 보이는 1번 홀은 내리막 340M 파4 홀인데 티샷이 220M 정도 날아가 120M 남긴 지점에서 세컨샷을 했으나 약간 짧게 떨어져 3온에 1펏, 파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보시다시피 티잉 그라운드도 잔디가 무척 촘촘한 편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토종 한지형 잔디인 '중지'에서만 플레이를 한 것 같은데 여기 양잔디에서 플레이를 하니 확실히 잔디가 연하고 부드러워 퍽퍽 떠진다. 그러니 뒷땅을 치게 되면 거리 손실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2번홀부터 함께 플레이 한 존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현지인. 이 클럽의 멤버다.
이 친구 덕에 낯선 코스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다지 좋은 스윙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오랜 구력으로 스코어 관리는 잘 하는 스타일의 골퍼였다.
캐디 없이 골프를 친다는 게 자유롭고 부담이 없어 좋은 면도 있지만 확실히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단은 공이 어느 지점에 떨어졌는지... 생각보다 파악이 어려웠다. 그나마 동반자 존의 도움으로 페어웨이에서 벗어난 공도 잘 찾아가며 플레이를 해 나갔다.
그린피는 35불/1라운드. 우리 돈 25천원 정도다. 월화는 저렴하고 수목금은 50불 정도로 요금이 올라간다. 주말로 갈수록 회원들의 부킹이 많은 모양이다. 이날은 화요일이라 할인 요금을 적용받고 2번 돌았는데 꽤나 한적하고 좋았다. 힘들면 뒷 사람 혹은 팀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쉬고... 앞 팀이 조금 주춤거리면 조인도 하고... 무척이나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 여유로운 분위기와 쾌청한 날씨에 취해 두 바퀴를 돌고 나니 이렇게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이 날 전반적으로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다. 드라이버도 꽤나 잘 맞아 롱 홀에서도 대부분 레귤러 온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즐거움과 자신감 모두를 얻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다만 골프화 소지에 필요한 에어 건이 없어 불편하고 샤워 시설 역시 한국에 비해 보잘 것 없어 아쉬웠다. 허나 이용요금을 생각하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점심식사는 클럽하우스에서 해결했는데 조리하는 타입의 햄버거 세트와 오렌지 주스를 10불(7천원) 주고 먹었다. 클럽 하우스에선 백인 노인들이 참가자의 대부분인 클럽 멤버들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Tapukana Golf Course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맑은 날씨가 계속 됐다. 이틀 연속 찾은 골프장은 오클랜드 북쪽 지역에 위치한 Takapuna 골프코스. 시 소유의 퍼블릭인데 한국인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민들이 많았고 시스템도 한국과 비슷해서 정해진 티업 시간에 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린피는 24불로 약 15천원 정도.
전 날 갔던 마웅가키에키에가 업다운이 제법 있는, 한국의 산악형 코스와 닮아있었던 데 반해 타푸카나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형 코스다. 그래서인지 안양베네스트와 느낌이 꽤 비슷했다. 여기도 페어웨이 주변에 고목이 우거져 있다.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짱짱하던 해가 금세 먹구름으로 뒤덮히며 두 차례 정도 스콜이 내렸는데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하니 잎이 워낙 무성해서 우산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 였다.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54홀을 돌았는데 한국인과 키위는 물론 인도인, 사모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골퍼들과 라운딩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사모아에서 온 40대로 보이는 아저씨의 스윙과 실력이 매우 뛰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성격 또한 차분하고 진지해서 처음 만난 동양의 여행객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다. 이 아저씨에게 들은 팁을 바탕으로 퍼팅 스트로크를 교정했고, 한국에 와서도 아주 유용하게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숙소 와인 그리고 자동차
오클랜드에 여행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숙소다. 시내 중심부 브리또마트 역 근처에 새로 신축된 Oaks라는 이름의 레지던스. 위 사진의 내가 묵었던 방은 하루 109불. 침실과 거실 공간으로 구분돼 있고 거실엔 대형오븐에 이르기까지 조리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욕실도 너른 편이고 무엇보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매우 유용했다. 서비스도 호텔급.
베란다가 무척 넓어 바베큐 파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들 들 정도였다.
숙소에서 Penfolds를 비롯해 여러 와인을 마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은 위 사진에 나온 제이콥스 크릭의 블랑 드 누아 브뤼다.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블렌딩한 스파클링 와인인데 복합적인 향과 스파클링 특유의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샤워 후 마시기 아주 딱이다.
가격은 우리 돈 5천원으로 무척이나 저렴하다. 여름도 다가오는데 정말 여러 병 사다 놓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도멘 생 미쉘의 브뤼가 저렴하니(2만원 정도) 조만간 코스트코에 가서 몇 병 사와야 겠다.
실내가 참 수더분하고 소박하기 그지 없다. 택시를 탄 느낌이다. 렌터카라 더 그럴 것이기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 이 클래스에서 울 나라 자동차만큼 편의사양을 많이 넣지는 않을 듯 하다.
일단 실내외 디자인은 소나타 F24S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번에 나온 신형은 그렇지 않던데 이 구형 도요타의 바디라인은 뭔가 부조화스럽다. 실내 공간도 더 좁은데다가 실용성만 고려한 밋밋한 디자인이다. 옵션이 더해진다고 해도 이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라 여겨진다.
달리기 성능은 호각지세라 볼 수 있겠다. 배기량도 같고 4기통에 4단 변속인 점도 같아서인지 달리기 능력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다만 순발력은 소나타가 약간 우세한 듯 했다.
코너링과 안정감에 있어서는 캠리가 한 발 앞선다. 코너에서 정말 예리했으며 안정감도 뛰어났다. 이게 핸들링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사실 소나타의 스티어링은 너무 가볍다. 이게 평소 운전할 때는 무지 편하게 느껴져 다른 차를 운전하면 불편할 정도인데... 그렇다 보니 커브길 등에서는 불안요소로 작동한다.
반면 캠리는 핸들이 무거웠는데 이 때문에도 커브에서 차가 안정감있게 회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스펜션이 단단한 점도 코너링 시 안정감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게 한 요인인 것 같고.
소나타의 스티어링은 속도감응형이라고 알고 있는데 고속에서도 여전히 가볍다는 게 문제다.
캠리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이번 여행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고속도로에서 110km 정도로 고정시켜 놓고 편하게 운전을 했는데... 아마도 한적한 뉴질랜드의 도로사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싶다. 우리 나라에서는 평일 중부내륙 등지에서나 활용이 가능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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