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녀석 미니홈피를 찾았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녀석인데 방학도 했고 들어올 때가 됐겠지 싶어 가 봤다. 예전엔 방명록도 있었고 사진첩도 있었던 것 같은데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가끔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가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의 삶은 계속될진대 미니홈피에서는 뭔가 청산의 흔적이 느껴질 때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난감해지는 것이다.
암튼 녀석의 미니홈피는 썰렁해져 있었고 녀석은 박사 논자시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파악한 후 나가려는데 '다이어리'라는 탭이 눈에 띄었다.
보통 다이어리는 닫아두기 마련이라 별 기대 없니 클릭했는데 이게 웬걸 글이 빼곡하다.
과잉된 의식의 흐름이 여과없이 표출된... 여고생 다운 글들... 녀석 힘들었나 보군... 이라 첨엔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소설이다. 30여편의 토막글이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었고, 녀석은 번듯이 그 마지막에 작가의 변에 갈음하는 에필로그까지 남겨두었다. 에드가 앨런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가 떠올랐다. 소설의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다이어리 코너에 버젓히 자신의 처녀작을 공개해 놓아 오히려 남들의 주목을 피해가는... 녀석의 대담함... 허를 찔린 기분이 잠시 들 정도였다.
내용을 보자면, 인연에 대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묶는 끈이라는 표상에 대한 관념적인 소설이다. 플롯은 교차식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따로 떨어져 있다가 종국에 만난다. 공지영의 우행시를 생각하면 된다.
미니홈피에 끄적거린 글 치고는 그 철학적 사유의 깊이에 한 번 놀랐고,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녀석의 능란한 솜씨에 두 번 놀랐다. 아마추어 답지 않은 문장의 매끄러움에서는 카운터 펀치를 맞았고.
대학시절부터 공돌이라고 놀려댔고 요즘에도 은연중에 책만 파느라 재미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거라 여겨 온 나로서는 정말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녀석은 그야말로 농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먼 타지에서 외로움과 씨름하고, 촘촘한 강의시간표와 산더미같은 과제에 짓눌릴 것 같으면서도... 녀석은 예전부터 견지해 온 그 무언가를 끈질기게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부끄러웠다.
결국 애초의 목표, 녀석이 방학을 맞아 귀국을 하는 지 마는 지 여부는 파악을 못했지만... 녀석이 온다면 예전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적당한 이야기로 적당히 좋은 분위기에서 적당히 알맞은 만큼의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거기에 와인이 빠지면 안되겠지... 녀석의 소설을 안주삼아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다.
암튼 녀석의 미니홈피는 썰렁해져 있었고 녀석은 박사 논자시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파악한 후 나가려는데 '다이어리'라는 탭이 눈에 띄었다.
보통 다이어리는 닫아두기 마련이라 별 기대 없니 클릭했는데 이게 웬걸 글이 빼곡하다.
과잉된 의식의 흐름이 여과없이 표출된... 여고생 다운 글들... 녀석 힘들었나 보군... 이라 첨엔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소설이다. 30여편의 토막글이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었고, 녀석은 번듯이 그 마지막에 작가의 변에 갈음하는 에필로그까지 남겨두었다. 에드가 앨런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가 떠올랐다. 소설의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다이어리 코너에 버젓히 자신의 처녀작을 공개해 놓아 오히려 남들의 주목을 피해가는... 녀석의 대담함... 허를 찔린 기분이 잠시 들 정도였다.
내용을 보자면, 인연에 대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묶는 끈이라는 표상에 대한 관념적인 소설이다. 플롯은 교차식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따로 떨어져 있다가 종국에 만난다. 공지영의 우행시를 생각하면 된다.
미니홈피에 끄적거린 글 치고는 그 철학적 사유의 깊이에 한 번 놀랐고,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녀석의 능란한 솜씨에 두 번 놀랐다. 아마추어 답지 않은 문장의 매끄러움에서는 카운터 펀치를 맞았고.
대학시절부터 공돌이라고 놀려댔고 요즘에도 은연중에 책만 파느라 재미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거라 여겨 온 나로서는 정말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녀석은 그야말로 농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먼 타지에서 외로움과 씨름하고, 촘촘한 강의시간표와 산더미같은 과제에 짓눌릴 것 같으면서도... 녀석은 예전부터 견지해 온 그 무언가를 끈질기게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부끄러웠다.
결국 애초의 목표, 녀석이 방학을 맞아 귀국을 하는 지 마는 지 여부는 파악을 못했지만... 녀석이 온다면 예전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적당한 이야기로 적당히 좋은 분위기에서 적당히 알맞은 만큼의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거기에 와인이 빠지면 안되겠지... 녀석의 소설을 안주삼아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