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은 생각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였다. 삶의 원초적인 부분인 먹거리를 진지하게 다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고, 잔잔한 스토리 전개 이면에서 묵직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의 힘을 지닌 영화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주무대가 식당이라 많은 먹거리가 등장하지만, 카모메 식당의 간판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다. 주인장 사치에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의 소울 푸드라는 오니기리.
며칠 전,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핸드드리핑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 관련 기자재를 구입해 느긋하게 커피 몇 잔을 내려 마신데 이어 오늘은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져 손수 만들어먹겠답시고 판을 벌여 봤다. 만드는 것은 간단해 보여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정작 주먹밥 안에 넣을 재료를 어떻게 구성할 지가 막막했다.
일본식으로 우매보시(매실짱아찌) 같은 걸 넣으면 좋겠지만(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강남 쪽 백화점에나 가야 겨우 구할 수 있으니 어려운 일이고... 다른 재료들은 더더욱 구하기 난망할 것이라는 생각에 내 나름의 재료구성을 고민했다.
일단 가장 쉬운 참치에서 시작... 그런데 참치만 넣으면 맛이 별로 일 것 같아 날치알도 함께 넣기로 결정. 다소 푸석한 참치 사이에서 날치알이 톡톡 터져 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두번째는 집에 있는 베이컨과 멸치의 조합. 베이컨의 고소함과 간장과 물엿에 볶은 멸치의 달짝짭조름함이 어우러지면 이 또한 괜찮지 싶었다.
세번째는 역시 집에 있는 통 안쵸비로 결정. 무지하게 짜긴하지만 감칠 맛을 지닌 안초비를 잘 구겨 넣으면 그럭저럭 맛있을 것 같다고 판단.
네번째는 역시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닭도리탕. 가슴살 위주로 잘게 다져서 닭도리탕 양념 그대로 데운 뒤 밥 속에 넣으면 꽤나 맛있는 한국식 오니기리가 탄생할 듯 싶었다.
그리하여 없는 재료는 마트에서 사오고 있는 재료를 가공하여 드디어 한 상 가득 세팅을 마쳤다. 김밥용 김을 약한 가스불에 구워 반으로 자른 뒤 접시에 담아냈고, 밥은 깨와 소금, 참기름으로 비벼냈다.
허나 막상 만들어 보니 밥 속에 재료를 잘 안착시켜 형태를 갖추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영화 속 여인네들은 잘도 하던데... 밥이 너무 꼬들꼬들해서 그런지 잘 뭉쳐지지도 않고 되레 손에만 잔뜩 묻어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고, 아이들 몫으로 작은 사이즈의 흡사 충무김밥 모양의 변종 오니기리도 몇 개 만들었다.
또 하나의 실수는 전자렌지에서 데운 닭(도리탕) 다진 것을 꺼내는 걸 깜빡해 어쩔 수 없이 반찬 삼아 곁들어 먹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실...
실수도 많았고 그 결과로 모양도 별로 였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담백함과 감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아내와 큰 애가 잘 먹어 준 것도 기분 좋았고.
카모메 식당을 꼭 보라고 추천해 준 후배녀석들은 하나 같이 핀란드 가서 살면 좋겠다는 뜬구름 잡는 얘기만 들어놓았는데... 그래도 몇 살 더 먹은 나는 참으로 소박하게 현실에서 희망사항 몇가지를 충족시킨 셈이다. 물론 이게 실천적인 소박함이 아닌 불가피한 안주와 자기만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쨌건 중요한 건 특수한 장소도 아니고 필요한 장비나 여타의 조건들도 아니고 결국은 마음가짐과 실천 아니겠는가. 사진이 찍고 싶으면 카메라 지를 궁리부터 할 게 아니라 팽개쳐 둔 옛날 카메라나 남이 안쓰는 카메라로 일단 사진부터 찍어보는 게 옳은 일일테고, 마찬가지로 운동이 하고 싶으면 헬스클럽 이용권 끊을 생각, 조깅화 살 생각에 앞서 동네 한바퀴부터 돌아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꾸만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로 실제적인 실천을 대체하는 경향을 갖게끔 만든다. 또한 행위의 시간을 자꾸만 늦추게 만들기도 한다. 소비를 위해 소득을 늘려야 하고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져 아무 것도 못하거나 기껏 무언가를 사놓고도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건 그래서 낯설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자기기만으로부터 벗어나 소박하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실천하는 게 다소 불편하긴 해도 의미있는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나중에 자기 만족과 성취감도 클 것이고.
볼품은 없지만 반듯한 기성품에 비해 풍부한 영양가와 깨끗함을 지닌 오니기리를 먹으며, 입안을 은은하게 헹궈주고 코끝을 향기롭게 해주는 로즈마리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본 편안한 저녁시간이었다.
주무대가 식당이라 많은 먹거리가 등장하지만, 카모메 식당의 간판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다. 주인장 사치에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의 소울 푸드라는 오니기리.
며칠 전,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핸드드리핑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 관련 기자재를 구입해 느긋하게 커피 몇 잔을 내려 마신데 이어 오늘은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져 손수 만들어먹겠답시고 판을 벌여 봤다. 만드는 것은 간단해 보여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정작 주먹밥 안에 넣을 재료를 어떻게 구성할 지가 막막했다.
일본식으로 우매보시(매실짱아찌) 같은 걸 넣으면 좋겠지만(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강남 쪽 백화점에나 가야 겨우 구할 수 있으니 어려운 일이고... 다른 재료들은 더더욱 구하기 난망할 것이라는 생각에 내 나름의 재료구성을 고민했다.
일단 가장 쉬운 참치에서 시작... 그런데 참치만 넣으면 맛이 별로 일 것 같아 날치알도 함께 넣기로 결정. 다소 푸석한 참치 사이에서 날치알이 톡톡 터져 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두번째는 집에 있는 베이컨과 멸치의 조합. 베이컨의 고소함과 간장과 물엿에 볶은 멸치의 달짝짭조름함이 어우러지면 이 또한 괜찮지 싶었다.
세번째는 역시 집에 있는 통 안쵸비로 결정. 무지하게 짜긴하지만 감칠 맛을 지닌 안초비를 잘 구겨 넣으면 그럭저럭 맛있을 것 같다고 판단.
네번째는 역시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닭도리탕. 가슴살 위주로 잘게 다져서 닭도리탕 양념 그대로 데운 뒤 밥 속에 넣으면 꽤나 맛있는 한국식 오니기리가 탄생할 듯 싶었다.
그리하여 없는 재료는 마트에서 사오고 있는 재료를 가공하여 드디어 한 상 가득 세팅을 마쳤다. 김밥용 김을 약한 가스불에 구워 반으로 자른 뒤 접시에 담아냈고, 밥은 깨와 소금, 참기름으로 비벼냈다.
허나 막상 만들어 보니 밥 속에 재료를 잘 안착시켜 형태를 갖추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영화 속 여인네들은 잘도 하던데... 밥이 너무 꼬들꼬들해서 그런지 잘 뭉쳐지지도 않고 되레 손에만 잔뜩 묻어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고, 아이들 몫으로 작은 사이즈의 흡사 충무김밥 모양의 변종 오니기리도 몇 개 만들었다.
또 하나의 실수는 전자렌지에서 데운 닭(도리탕) 다진 것을 꺼내는 걸 깜빡해 어쩔 수 없이 반찬 삼아 곁들어 먹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실...
실수도 많았고 그 결과로 모양도 별로 였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담백함과 감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아내와 큰 애가 잘 먹어 준 것도 기분 좋았고.
카모메 식당을 꼭 보라고 추천해 준 후배녀석들은 하나 같이 핀란드 가서 살면 좋겠다는 뜬구름 잡는 얘기만 들어놓았는데... 그래도 몇 살 더 먹은 나는 참으로 소박하게 현실에서 희망사항 몇가지를 충족시킨 셈이다. 물론 이게 실천적인 소박함이 아닌 불가피한 안주와 자기만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쨌건 중요한 건 특수한 장소도 아니고 필요한 장비나 여타의 조건들도 아니고 결국은 마음가짐과 실천 아니겠는가. 사진이 찍고 싶으면 카메라 지를 궁리부터 할 게 아니라 팽개쳐 둔 옛날 카메라나 남이 안쓰는 카메라로 일단 사진부터 찍어보는 게 옳은 일일테고, 마찬가지로 운동이 하고 싶으면 헬스클럽 이용권 끊을 생각, 조깅화 살 생각에 앞서 동네 한바퀴부터 돌아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꾸만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로 실제적인 실천을 대체하는 경향을 갖게끔 만든다. 또한 행위의 시간을 자꾸만 늦추게 만들기도 한다. 소비를 위해 소득을 늘려야 하고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져 아무 것도 못하거나 기껏 무언가를 사놓고도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건 그래서 낯설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자기기만으로부터 벗어나 소박하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실천하는 게 다소 불편하긴 해도 의미있는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나중에 자기 만족과 성취감도 클 것이고.
볼품은 없지만 반듯한 기성품에 비해 풍부한 영양가와 깨끗함을 지닌 오니기리를 먹으며, 입안을 은은하게 헹궈주고 코끝을 향기롭게 해주는 로즈마리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본 편안한 저녁시간이었다.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www.thinkbean.net/trackback/2694543
-
도쿄 여행 - 주먹밥 전문점 봉고( ぼんご)
from 도꾸리의 올댓트래블2007/12/19 19:33오니기리 전문점 봉고 외관 오니기리는 일본 주먹밥. 컨비니(편의점)나 일반 주택가의 쇼텐가이(상점가)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요. 봉고 내부 봉고는 한국의 모 티비 프로그램에도 소개가 되었던 오니기리(주먹밥) 전문점이에요. 10석 정도의 카운터석이 전부여서 조금 비좁답니다. 카운터석 뒷편에는 포장 해가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에요 카운터석 진열대의 오니기리 재료 다양한 오니기리 카운터석 앞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진열대가 있어요. 오니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