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오늘 삼성 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전격 사면되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정말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를 틈도 없이 그는 사법의 굴레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이게 너희가 말하는 법치였냐"고 따져 묻는다. "어차피 다 그런 거 아니냐"는 체념의 소리도 들려 온다. 저들이 내세운 이유는... 올림픽 유치를 통한 국익 증대다.
풍경 2, 3, 4, 5, ...
감세 논란 때도, 소고기 파동 때도, 4대강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풍경이 파노라마 처럼 이어진다.
언제나 모든 근거는 그 놈의 '국익'으로 수렴된다.
용산의 죽음 앞에서도 '국익'은 모든 걸 정당화 하고 부당한 공권력은 그 그늘에 기생한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광경이 MB정부 들어 연출되기 시작한, 낯설기만한 풍경일까?
데자뷰 1
2004년인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눈 맞추며 이라크 파병안을 전격 통과시킨다.
여의도와 광화문, 전국 방방곡곡에서 절규하던 반전과 평화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때 그들이 휘둘렀던 '전가의 보도' 또한 '국익'이었다.
우리는 그 때 보았다. 국익이라는 정체불명의 비 과학적 용어를 들이대며
민주주의를 간단히 무시하던 자칭 민주개혁세력의 표정들을...
데자뷰 2,3,4,5, ...
DJ 때 추진된 금융 구조조정과 그 과정에서의 급속히 이뤄졌던 신자유주의로의 편입,
뒤 이은 국제투기자본의 남한 금융시장 접수.
WTO 체제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그리고 한 켠에선 비판 세력에 재갈 물리기가 이어졌고,
한-칠레, 한-미 FTA로 민주정권 10년 동안의 국익 우선주의는 일단락 된다.
그 후과가 바로 자칭 민주개혁 세력의 처참한 선거패배와 몰락이었고 MB집권이었다.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감정 내지는 그들이 사회개혁과 민주화 과정에 기여한 바에 대한
인정과는 별개로...
'국익'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프레임으로 사회 전체를 천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아울러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정치/경제적 지형을 선사한 그들의 과오를
자충수라는 말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혹여나 민주정권의 '국익'이 다르고, 수구정권의 '국익'이 다르다고 우기고 싶은 덜떨어진 분들에게
맹자 1편을 여는 에피소드인 양혜왕편을 들려주고 싶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뵈었을 때 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천리길을 멀다 않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이 나 라를 이롭게 할 방도를 가져오셨겠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어찌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어찌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만약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하시면, 대부大夫들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야 내 영지領地에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할 것이고, 사인士人이나 서민庶民들까지도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할 것입니다. 위아래가 서로 다투어 이利를 추구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만승萬乘의 천자를 시해하는 자는 필시 천승千乘의 제후일 것이고, 천승의 제후를 시해하는 자는 필시 백승百乘의 대부 중에서 나올 것입니다. 일만一萬의 십분의 일인 일천一千을 가졌거나, 일천의 십분의 일인 일백一百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적게 가졌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의義를 경시하고 이利를 중시한다면 남의 것을 모두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진(仁) 자로서 자기의 부모를 저버린 자가 없고, 의義로운 자로서 그 임금을 무시한 자가 없습니다. 왕께서는 오직 인과 의를 말씀하실 일이지 어찌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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