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영화를 볼 걸..."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림과 화가의 삶을 재구성하는 작가의 구성력과 상상력은 인정해줄만 한데
이건 뭐 영 텍스트로서의 가치는 꽝이니 말이다.
일단 소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문체가 너무 단조로워 난감하기까지 하다.
이건 원래 소녀적인 감수성을 꺼려하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봐도 미성숙한 문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드라이함과 유아적 평이함은 구분돼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작품 어디에서도 작가의 사유 또는 (백번 양보해서) 인식의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또한 당혹스러웠다. 이건 뭐 사람에 따라 문학에 대한 입장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매우 중요시하는 까닭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게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염두에 둔 커뮤니케이션 행위 아닌가. 그렇다면 무언가 전달할 게 있어야겠고 독자 입장에서는 그걸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대를 고스란히 뭉개버린다. 그 잘난 상상력의 공유에 만족하라는 얘기인 셈이다. 그 이야기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 왜 굳이 소설인가? 그냥 시나리오로 만들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 내가 너무 엄격하고 과한 잣대를 들이대는걸까?
이건 뭐 현실을 도외시한 철없는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어쩔수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최인훈이나 황석영, 로맹 가리나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과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똑같은 가격에 팔리는 게 온당한가.
소설의 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의 도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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