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유가 없고 게으르다 보니 서평은 안쓰게 되고 밑줄만 그어대고 있다. 얼마 전 언급했던 고든 매킨지의 '암중모색'에 기가 막힌 그림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조직모델로서 피라미드와 자두나무.
좀 엉뚱한 대비이긴 하나 고든의 스케치를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 질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조직이 속해 있는 피라미드 모델을 보자.
화창한 햇빛과 탁트인 전망은 언제나 최고경영자 및 관리자들의 몫이다. 중간관리자 조차 상황이 어떤 지 알기 힘들다. 맨 아래 위치한 제품생산자와 개발자들은 습기차고 음습한 공기에 죽을 지경이다. 감독자는 가만 있으라며 좀이 쑤셔하는 이들을 윽박지른다.
피라미드 내에서 대화는 가관이다.
최고위층은 성장이데올로기에 빠져 생산성 증가만을 노래부르고,
직원들의 사기는 그것에 종속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쯤에서 우리는 그동안 경험했던 알량한 사기진작책의 기만적인 모습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사기 진작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고려할 때 존재하는 모든 사기진작책은 사실상 기만에 다름아니다.
결과적으로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선 틈만나면 도망칠 궁리만 이야기 된다.
그렇다면 이런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자두나무에서 답을 찾아보자.
뿌리는 조직으로 흘러드는 자양분, 즉 현금이다.
이것이 줄기역할을 하는 경영진을 통해 관리자라는 가지로 흐른다.
경영진과 관리자는 일선의 직원들을 케어하기 위한 존재다.
직원들은 나무 꼭대기에서 뿌리로부터 공급되는 다양한 자양분을 섭취한다. 그리고 풍부한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스스로를 발전 시킨다(자기계발). 그 과정에서 자두나무인 회사는 알찬 결실을 맺는다.
여기서 조직구성원은 사기를 진작시켜줘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체다. 경영과 관리행위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다분히 도식적인 구분이긴 하나, 고든의 이 스케치가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는 매우 크다.
사실 하나의 조직이 자두나무처럼 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인공의 자리를 스스럼없이 구성원들에게 내주려는, 경영진의 열린 마음 또한 기본이 돼야 한다. 아울러 오너십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주인역할을 할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어렵지만 가 볼만한 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