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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cial Entrepreneur in Wonderland * Twitter : @louiskim

부르고뉴라는 말에는 왠지 모를 설레임내지는 화려함이 감춰져 있습니다. 와인의 정수가 내밀하게 들어 차 있을 것 같은 기대감... 고된 생활의 밑바닥에 침잠해 있는 몸과 마음을 두둥실 띄워 줄 것 같은 환상...

이런 복잡다단한 심리가 제대로된 부르고뉴와 만나는 순간...

오감은 끝없이 확장되고 와인에 대한 열정이 폭죽처럼 펑펑 터져대며 가슴 속에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강렬한 인상이 낙인처럼 남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갈래 길과 만나게 되지요. 가산 탕진의 길과 수도사적인 절제의 길. 선택은 물론 개인의 몫입니다만 어느 길을 택하든 그 기억에서 쉽사리 헤어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가산탕진의 길을 피하면서도 수도사처럼 고행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숙제가 됩니다.

오레건과 뉴질랜드로 가는 길은 그래서 일종의 유력한 샛길이 됐습니다. 욕망과 현실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오솔길.

며칠 전 마신 루 뒤몽의 부르고뉴 빠스뚜그랭 또한 하나의 소박한 대안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게 실로 오랜만에 후기를 남기는 이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 와인은 품종 부터가 부르고뉴의 메인스트림과는 격을 달리 합니다. 부르고뉴 원리주의자들이 엄청 싫어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블렌딩) 인데다가 싸구려로 인식되는 가메 품종이 주력(65%)입니다. 피노누아는 35%에 불과해 짝퉁 부르고뉴 취급을 받기 딱 좋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이 와인을 만든 루 뒤몽은 다들 아시겠지만 지브레 상브레땡을 근거지로 10여년 전부터 양조를 시작해 온 네고시앙으로 일본인 남편과 한국인 부인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천지인 와인으로 일컬어 지는 뫼르소가 신의 물방울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어쨌거나 라벨부터가 무척이나 없어 보이는 이 와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못 됩니다. 그런데 혹평하시는 분들의 근거가 이 라벨디자인만큼이나 빈약한 것이, 현지에서는 우리 나라의 소주나 막걸리 처럼 인식되는 싸구려 와인이라는 게 주된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와인에 더 정이 갔습니다. 고급 와인에서 우리가 떼루아를 느낄 수 있다면... 이 와인에서는 그 지역 정서같은 무형의 떼루아(내지는 라이프 스타일)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빈티지는 2002년 입니다. 가메의 특성 상 빨리 마셔줘야 하는데 다소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내용물은 신선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차게 해서 마시니 산도가 기분좋게 입에 달라붙고... 강하진 않지만 딸기향 같은 피노누아다운 아로마도 피어 오릅니다. 50년 이상된 오래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묵직한 저력 또한 느껴집니다. 향이 쉽게 피어올랐다 가시는 게 아니라 꽤 오래 버텨준다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맹맹하기 그지 없는 무성의한 부르고뉴 루즈나 실력없는 네고시앙의 어정쩡한 마을단위 와인을 마시느니 ... 그 반값에도 못 미치는 이 녀석을 마시는 게 더 나을 듯 합니다. 아무런 부담없이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문득 부르고뉴가 생각날 때 꺼내서 간단한 과일 안주와 함께 마시면 부르고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욕망이 어느 정도는 잠재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의 부르고뉴 내지는 빈자의 부르고뉴... 마트에 가시면 빠스뚜그랭을 한번 골라보세요. 실패해도 아깝지 않은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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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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