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지 않으면서부터 월요일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
(지금 육아휴직 중이다^^)
일요일밤 느긋하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나서도 두어 시간 책을 읽다가 잠에 들고, 느즈막히 일어나는 월요일 아침. 서두를 필요도 없고 가야할 곳도 없고, 잠꾸러기라고 놀려대는 큰 아이와 놀다가 배 고프면 밥 먹고, 심심하면 또 책 읽거나 인터넷에 출근부 찍고.
밥을 먹으러 식당엘 가도 한산, 장 보러 마트에 가도 한산, 거리에는 차 대신 낙엽만 나뒹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읽는 것도 멋대로다.
읽다가 지겨우면 팽개쳐 놓고 다른 책 뒤적이고, 지난 주 그렇게 팽개쳐진 책이 바로 러셀 자서전이다. 첫 부분에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집안내력(할아버지가 수상을 지낸 존 러셀 경, 글래드스턴은 이모부이지 아마)에 정신이 없다가 이내 지루해지고 말았다. 너무 상세하게 많은 것을 담으려 한 인상이었다.
그래서 붙잡은 책이 역시 러셀이 쓴 [행복의 정복].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 만큼이나 러셀다운 현명함이 줄줄 넘쳐나는 책이지만 단번에 다 읽기엔 적당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역시나 중요한 부분만 읽고 말았다. 행복에 관한 17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는데 필요할 때 제목을 보고 하나씩 읽어나가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 외에 윤흥길의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어떤 필요에 의해 다시 읽었고 이성형씨의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도 한번 쭈욱 훑었다. 그러고보니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사기만 해놓고 아직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다.
[콜럼버스...]는 정복의 뒷 얘기를 다룬 첫 부분은 재미있었으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평범한 글이 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봉관이 쓴 [황금광시대](살림)는 의외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아니 읽는 내내 유쾌했다. 예전에 강유원씨가 좋은 책이라고 언급해서 책의 존재를 알게 됐고, 얼마 전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읽다가 선생의 고향 부근 금광 얘기와 조선 최고 부자 최창학씨 얘기가 등장하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된 것이다.
1930년대 조선에 휘몰아친 금빛 광풍의 천태만상을 각종 문헌 자료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다. '언제고 황금에 미치지 않은 시절이 있었더냐'는 게 책의 카피인데 정말 읽어 보니, 오늘날의 우스꽝스런 세태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 황금광들과 1999년 코스닥 시장판의 대박꾼들은 어찌 그리 꼭 닮았는지! 정작 대박을 친 이들이 금을 팔아 그리 된 게 아니라 금광을 팔았듯이 오늘날의 대박꾼들도 상품가치 보다는 장부상의 가치, 거기에 더해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미래가치 등으로 부풀려진 서류를 팔아 대박의 꿈을 이루지 않는가.
천만장자 최창학 흥망성쇠도 흥미로웠지만 그 다음 금광부자였던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의 사연도 재미있었다. 촌구석 동아일보 지국장이었던 40대 중년 남성의 여생을 건 모험과 대박. 돈을 번 과정은 최창학에 비해 '끕'이 떨어졌지만 돈 쓰는 건 방응모가 한 수 위였다. 동향 후배 이광수 등을 후원하며 조선일보를 인수하지 않았던들 이어진 해방정국과 전쟁 와중에서 방씨 일가의 재산과 권력이 오늘날과 같았을까.
두 사람 말고 실패한 황금광들의 서글픈 사연들도 즐비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케이스는 바로 카프 문학의 리더 김기진.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김기진은 경영난에 빠진 조선일보가 1933년 1월 금광 재벌 방응모에게 인수되자 '금전꾼' 밑에서는 기자 노릇을 할 수 없다며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
김기진은 금전꾼 밑에서 기자 노릇을 하기 싫어서 스스로 금전꾼이 된 것이었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운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근대적 교육을 받지 못한 금광 덕대(광산의 현장 책임자) 출신 방응모는 신문사 사장이 되었고, 동경 유학을 거친 당대 최고 엘리트 김기진은 금광 덕대가 되려하는 당시 상황은 황금광 시대가 만들어낸 기막힌 아이러니였다."
김기진은 결국 1935년 이후 변절의 길,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 황금도 저버린 사내에겐 권력만이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나 보다.
소설가 채만식도 금광에 뛰어들었다는데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에게 돈을 댄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 설의식이었다. 손기정 일장기 말소사건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설의식은 30년대 초반 '망중한인'이라는 필명으로 금광에 대한 르뽀르따쥐를 많이 썼는데 그 때문인지 채만식에게 지금 돈 5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고 다 날렸다.
요즘 주식시장에 다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주가가 4천을 향해 가고 있다는 소리도 꺼림 없이 나오는 모양이다. 2000년 이후 5, 6년의 잠복기를 거쳐 다시 황금병이 도지려는 모양이다.
(지금 육아휴직 중이다^^)
일요일밤 느긋하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나서도 두어 시간 책을 읽다가 잠에 들고, 느즈막히 일어나는 월요일 아침. 서두를 필요도 없고 가야할 곳도 없고, 잠꾸러기라고 놀려대는 큰 아이와 놀다가 배 고프면 밥 먹고, 심심하면 또 책 읽거나 인터넷에 출근부 찍고.
밥을 먹으러 식당엘 가도 한산, 장 보러 마트에 가도 한산, 거리에는 차 대신 낙엽만 나뒹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읽는 것도 멋대로다.
읽다가 지겨우면 팽개쳐 놓고 다른 책 뒤적이고, 지난 주 그렇게 팽개쳐진 책이 바로 러셀 자서전이다. 첫 부분에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집안내력(할아버지가 수상을 지낸 존 러셀 경, 글래드스턴은 이모부이지 아마)에 정신이 없다가 이내 지루해지고 말았다. 너무 상세하게 많은 것을 담으려 한 인상이었다.
그래서 붙잡은 책이 역시 러셀이 쓴 [행복의 정복].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 만큼이나 러셀다운 현명함이 줄줄 넘쳐나는 책이지만 단번에 다 읽기엔 적당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역시나 중요한 부분만 읽고 말았다. 행복에 관한 17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는데 필요할 때 제목을 보고 하나씩 읽어나가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 외에 윤흥길의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어떤 필요에 의해 다시 읽었고 이성형씨의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도 한번 쭈욱 훑었다. 그러고보니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사기만 해놓고 아직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다.
[콜럼버스...]는 정복의 뒷 얘기를 다룬 첫 부분은 재미있었으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평범한 글이 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봉관이 쓴 [황금광시대](살림)는 의외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아니 읽는 내내 유쾌했다. 예전에 강유원씨가 좋은 책이라고 언급해서 책의 존재를 알게 됐고, 얼마 전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읽다가 선생의 고향 부근 금광 얘기와 조선 최고 부자 최창학씨 얘기가 등장하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된 것이다.
1930년대 조선에 휘몰아친 금빛 광풍의 천태만상을 각종 문헌 자료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다. '언제고 황금에 미치지 않은 시절이 있었더냐'는 게 책의 카피인데 정말 읽어 보니, 오늘날의 우스꽝스런 세태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 황금광들과 1999년 코스닥 시장판의 대박꾼들은 어찌 그리 꼭 닮았는지! 정작 대박을 친 이들이 금을 팔아 그리 된 게 아니라 금광을 팔았듯이 오늘날의 대박꾼들도 상품가치 보다는 장부상의 가치, 거기에 더해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미래가치 등으로 부풀려진 서류를 팔아 대박의 꿈을 이루지 않는가.
천만장자 최창학 흥망성쇠도 흥미로웠지만 그 다음 금광부자였던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의 사연도 재미있었다. 촌구석 동아일보 지국장이었던 40대 중년 남성의 여생을 건 모험과 대박. 돈을 번 과정은 최창학에 비해 '끕'이 떨어졌지만 돈 쓰는 건 방응모가 한 수 위였다. 동향 후배 이광수 등을 후원하며 조선일보를 인수하지 않았던들 이어진 해방정국과 전쟁 와중에서 방씨 일가의 재산과 권력이 오늘날과 같았을까.
두 사람 말고 실패한 황금광들의 서글픈 사연들도 즐비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케이스는 바로 카프 문학의 리더 김기진.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김기진은 경영난에 빠진 조선일보가 1933년 1월 금광 재벌 방응모에게 인수되자 '금전꾼' 밑에서는 기자 노릇을 할 수 없다며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
김기진은 금전꾼 밑에서 기자 노릇을 하기 싫어서 스스로 금전꾼이 된 것이었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운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근대적 교육을 받지 못한 금광 덕대(광산의 현장 책임자) 출신 방응모는 신문사 사장이 되었고, 동경 유학을 거친 당대 최고 엘리트 김기진은 금광 덕대가 되려하는 당시 상황은 황금광 시대가 만들어낸 기막힌 아이러니였다."
김기진은 결국 1935년 이후 변절의 길,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 황금도 저버린 사내에겐 권력만이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나 보다.
소설가 채만식도 금광에 뛰어들었다는데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에게 돈을 댄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 설의식이었다. 손기정 일장기 말소사건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설의식은 30년대 초반 '망중한인'이라는 필명으로 금광에 대한 르뽀르따쥐를 많이 썼는데 그 때문인지 채만식에게 지금 돈 5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고 다 날렸다.
요즘 주식시장에 다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주가가 4천을 향해 가고 있다는 소리도 꺼림 없이 나오는 모양이다. 2000년 이후 5, 6년의 잠복기를 거쳐 다시 황금병이 도지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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